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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라] 당신이 내민 손 본문

BASARA/전력: 당신을 향한 스타티스

[바사라] 당신이 내민 손

메이포플러 2016.11.16 22:23

140607 오오타니 요시츠구



그는 몇 번째가 되어서도 자신이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은 없었다.

흰 붕대로 감싸인, 나이에 걸맞지 않은 가느다란 손은 이부자리 위에 힘없이 늘어져있었고, 그 손을 잡는 것은 언제나 그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묵묵히 그의 몸을 닦고, 붕대를 갈고, 이부자리에 눕혔다.
그는 언제나 묵묵히 그녀의 손이 자신의 몸 위를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언제가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오오타니 요시츠구는 기억한다. 전쟁터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숲 속에 늘어져있던 희고 가느다란 여자를.

그날의 전투는 용맹한 군주와 그의 현명한 친구, 그리고 충성스런 부하에 의해 승리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고, 그는 그 옆에서 불행의 구덩이로 떨어져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된 수많은 목숨 아래에서 또 다시 수많은 목숨이 별이 되어가고 있었다.
불행의 연쇄, 불운의 고리. 모든 것이 불행의 별 아래에서 삶을 태우고, 붉은 액체가 되어 땅으로 녹아든다. 불나방 같은 인생이며 덧없이 지는 이슬이었다. 결국은 바람에 쏠은 백골이 되어 그 흔적마저도 없어질.

여자는 시체들 사이에 누워있었다. 얕은 숨을 쉬는 주제에 흰 상복을 입고 있었고, 손은 파란 핏줄이 설 정도로 단검을 억세게 쥐고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병사들이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널려있었다. 모두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한 병사의 머리를 들어보면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굳어가고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단검으로 인한 치명상이었다.

전쟁터에 시체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지만, 기이한 점은 그 중심에 있는 여자에 있었다. 그녀의 주위는 도살장도 이보다 더 하지 못할 정도로 피가 흩뿌려져있는 데에 반해,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금방 식을 올려도 될 정도로 새하얀 채였다.
먼지가 되어가는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여자는 꽃을 피워냈다. 피와 살과 뼈로, 살의와 공포와 저주를 피워낸 것이다.

그가 여자를 주워간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떠올린다. 짓무르고 벗겨진 피부로 얼룩덜룩하던 얼굴을.

“일어났는가.”

손도 대지 않고 몸의 붕대를 차례차례 감던 남자는 거울을 통해 눈을 마주친 채 말했다. 불에 튀어 오르는 나뭇재처럼 거친 목소리였다. 여자는 대답하는 대신 방을 둘러보았다.

넓은 다다미방의 한쪽 구석은 서적들이 높게 쌓여 있었고 한쪽 면에는 약초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손으로 더듬던 이불 역시 웬만해서는 만져볼 수도 없는 고급품이었다. 몇 십 다다미는 될 것이건만, 그 외에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간의 낭비나 마찬가지였다.

여자는 방 안의 역한 약초냄새를 맡았다. 흐르지 않는 공기는 습기와 한데 엉겨 피부를 핥았고, 어느새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은 피부 위를 기어가듯 느리게 움직였다. 뱀이 표적을 먹을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것 같은 눈이었다.

“단도는 자네 손에 들려있네.”

여자는 반사적으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익숙한 철의 감촉과, 비릿한 철의 냄새가 느껴졌다.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녹이 쓸 것이야. 남자가 말했다. 그르렁거리는 짐승의 숨소리와 비슷했다. 자네 옷이 깨끗해 이불을 더럽히지 않고 끝났네. 남자가 다시 말했다. 웃는 소리는 새가 지르는 비명 같았다. 어디에서 왔지? 향하는 곳이 있나? 남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곤란해 하는 것 같았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터라, 그녀는 단도를 햇빛에 빛나는 이불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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