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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너와 달과 바다와 본문

FATE

[Fate] 너와 달과 바다와

메이포플러 2019.05.31 18:01

190531 로빈 후드 드림



* BGM


* 이입드림. 드림주 이름 X

* 현대AU 연인 설정


*우주에 간 모든 생명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주에서는 별이 잘 안 보일 거야.

짧은 과학적 지식으로는 공기가 없어서이고, 그나마 긴 인생으로는, 글쎄. 세상이 너무 어두워서인가.

우주가 어두운 이유를 찾을 마음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별은 찾을 거다. 무수히 많은 별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내길 몇 백 몇 천 년씩 기다릴 테니까. 그리고 나는 어둠 너머에 별이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러나, 그렇다면, 별을 찾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일 테다. 영원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시선이 영원히 헤맬 테고, 그러다 푸르게 빛나는 별을 찾아버릴 테니까.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공기를 휘감은 별만 오롯이 선연하겠지.

달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상상을 한다. 올려다보면 새카만 하늘이 시야를 메운다. 언제나 밤인데도 별은 보이지 않고, 달을 보려면 하늘을 보는 대신 고개를 숙여 회색빛깔의 발밑을 내려다봐야 한다.

그런 와중 유일히 빛나는 것을 사랑하지 않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리라.

또한 닿지 않는 것을 사랑만 하기도 어렵겠지.

태어나고 자란 별. 한때 발을 딛고 살았던 별. 이제는 돌아가지 못하는 별.

물 없는 바다에서 유일하게 푸른 별을 바라볼 때, 발치에 얼마만큼의 외로움이 가라앉아 있을지 나는 모른다.

 

 

 

너와 달과 바다와

 

 

 

바람 소리가 난다. 텅 빈 공간을 공기가 지나다니는 소리다. 동굴이 불규칙하게 토해내는 음울한 울음소리와는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동굴 앞을 어슬렁대는 파도를 닮았다. 바다와 바람은 매우 닮아서 둘의 울음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나는 바다를 부유하는 부평초처럼 힘없이 늘어진 채 몸을 기댄다. 일정하게 나는 소리는 졸음이 되어 발목을 움켜잡는다.

마스터.”

.”

대답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다. 꿈과 현실의 경계 어딘가를 헤매는 사람의 목소리라기엔 선명하다. 나는 타인의 대화를 듣을 때처럼 나와 그의 말을 듣는다.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화자와 청자는 종이 한 장만큼 유리되어 있다. 그렇기에 대답하는 나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나 남의 일처럼 마주한다.

왜냐고 물어도,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잘 거면 제대로 누워서 자요. 불편하지 않습니까?”

. 딱딱하지만.”

그야 그렇겠죠. 말랑말랑할 정도로 어설프게 단련한 게 아니니까.”

그가 말할 때마다 귓바퀴가 윙윙 울린다. 그의 가슴팍에 귀를 대고 있는 탓이다.

갈비뼈 너머에서 진동하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몇 배나 크게 들린다. 기분이 나쁘진 않다. 오히려 조금 더 말을 해줬으면 한다. 무슨 얘기든 상관없다. 그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 가슴이 웅웅 울린다. 그게 꼭 심장소리처럼 들린다.

계속 그러고 있을 겁니까?”

.”

이러고 잘 건 아니죠?”

.”

자는 중입니까?”

.”

비몽사몽 한 와중에 대답은 착실하니 그가 한숨을 푹 내쉰다. 어휘력이 부족한 대답에 어이없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좀 더 자고 싶다. 눈을 감고 몸을 맡긴 채 그의 옷깃에서 나는 그리운 향을 들이마시고, 폐에 찼던 공기를 내쉬며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싶다. 완벽한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완벽함이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하고 사람이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모래알을 쥐는 존재가 아닌가. 그러니 나는 도저히 배겨낼 수가 없다. 이런 온기에 저항하기란 아주, 그리고 아주 어려운 일이다. 대체 어떻게 벗어나란 말이야? 그는 가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더군다나 늪 같은 졸음에서 끌어올리자 한다면 마땅히 해야 하는 게 있는 법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누가 천년의 잠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겠나.

가슴팍에 코끝을 스쳐대니 결국 그가 허리를 끌어안는다. 단단한 팔이 띠처럼 허리를 휘감는다. . . 일정한 박자로 가볍게 두드리는 손길이 기껍다. 그래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대신, 굴 속으로 들어가는 짐승처럼 그의 품으로 파고든다. 뺨에 미지근한 온기가 달라붙어서 스리슬쩍 얼굴을 비빈다. 그의 갈비뼈가 떨리면서 웃는다.

뭐해요?”

…….”

다시 잠들었나?”

네 숨소리 들어.”

그렇습니까요.”

그러곤 말이 없다. 시시하다 따위의 대답을 하면 바로 쏘아댈 준비를 하던 나도 입을 다문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 밑에 깔린 결을 읽어낸다. 그렇지. 시시하지 않지. 전혀 시시하지 않아. 시시하다고 하는 사람은 얼간이야.

왜 웃어요?”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며 내 입가를 손끝으로 더듬는다. 그제야 슬쩍 올라간 입매를 눈치 챈다.

몰라. 그냥 좋나봐.

돌아오는 말이 없어 내가 속으로만 대답했음을 한 박자 늦게 깨닫는다. 나는 굳이 전하지 않아도 그가 내 속내를 알아챌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꿈속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떠있기 때문에 입을 통해서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멍하니 입술을 움직여본다. 입은 물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뻐끔거리기만 해서, 결국 숨죽여 웃는다. 그도 웃는다. 귀를 기댄 갈비뼈가 떨린다. 따뜻한 숨결이 닿자 몸의 끄트머리에 열이 오른다. 그의 팔이 몸을 빠듯하게 끌어안는다. 나는 놀라서 물 밖으로 나온 인어처럼 숨을 쉰다. 행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호흡을 가쁘게 한다. 그 때마다 어리둥절해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의 모든 불행이 행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영원히 불행과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언제쯤 일어날래요?”

몽롱한 정신으로 손끝에 닿는 온기를 느낀다. 그는 내 손을 붙잡고 도드라진 마디에 입술을 붙인다. 소리 없는 입맞춤은 무게가 없어 보이는 주제에 한참동안 남는다. 선명한 체온이 정신에 불을 밝힌다. 기어이 날 깨우고 싶은 모양이다. 왜 그렇게 날 꿈에서 일으키려는지 모른다. 이제 그의 뺨을 붙잡고 말하고 싶어진다. 꿈결 같은 날을 조금만 더 즐겨봐. 조그만 순간을 조금만 더 움켜쥐고 있어봐. 이게 얼마나 금방 지나갈지 알잖아.

그러나 내 엄격한 현실주의자는 고개를 내젓는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그가 달에 있고, 꿈을 꾸고 싶어 하는 내가 지구에 있으니, 이러니 세상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는 우주를 부유하는 나를 굳이, 굳이 지구에 발붙이게 하려고 한다. 붙잡으려는 내 손을 밀어내며 사람은 우주에서 살 수 없어요.” 따위의 말을 할 거라 예상한다. “사람은 우주에서 살 수 없어요.” 근데 내가 우주에서 살려고 가는 건가. 그를 만나러 가는 거지.

그래서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로빈.”

잘 잤습니까?”

너 시끄러워.”

한참 깔고 누워 있다가 한다는 소리가 그거라니. 너무한 거 아뇨?”

능청스러운 너스레에 콧방귀가 나온다. 그는 상처받은 흉내조차 내지 않는다. 나는 그의 망토 아래에 숨겨진 흉터들을 떠올려보다 이내 그만둔다. 바보 같은 남자는 배려할 필요가 없다. 꾸물꾸물 일어나 그의 뺨을 양손으로 붙잡고 콧잔등을 꽉 깨문다.

아얏!”

시끄럽다니까.”

이번엔 입가에 입술을 갖다 붙인다. 무언가 불만을 토해내려던 그는 입을 싹 다물고 내게 가만히 붙들려 있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체온을 핥는다. 깨우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정도도 안 하면서 어떻게 잠에서 깨어나게 하겠다는 거야? 나름 사랑 앞에 섰답시고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봐주지 못할 것도 없다. 그래도 괘씸한 건 여전하기에 그의 입술을 한 번 더 깨문다. 그가 내 허리를 끌어당긴다. 머릿속이 설탕으로 절여지는 기분이 든다. 이러면서 날 떼어놓겠다고. 이러면서 날.

간다면 손이나 떼고 말을 해야지.

나의 겁 많고 다정한, 녹색 모자를 쓴 사냥꾼. 그는 기어이 내 발을 땅에 딛게 하고, 나는 땅을 단단히 딛고 선다. 물기 하나 없는 마른 땅에 서서 그를 바라본다. 일렁이는 눈동자에서 그와 달과 바다와 가라앉은 것들을 본다.

그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널 사랑해. 나는 입 안으로 웅얼거려본다. 그는 내가 제대로 발을 디디는지 확인까지 한 뒤 가버릴 테니까 입 밖으론 꺼내지 않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영 가버릴 테니까. 그러면서 달로 돌아간 후엔 다시 지구를 올려다볼 것이다. 우주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별을.

바보 같은 남자. 그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하나는 현실에 발을 디디면 꿈을 꾸지 않을 거란 착각이고, 둘은 멀리서도 사랑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달과 지구만큼 떨어져 있더라도.

그런 그를 사랑하는 나도 마찬가지로 바보일 테니까, 분명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달에 있다. 달의 바다에. 물 없는 바닷속 아주 깊은 곳에. 달조각으로 빚어진 석고상마냥 우두커니 서서 푸른 별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담 내가 가야지. 널 만나러 달에 가야지.

달에 가는 건 인간의 특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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