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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 「  」을 주세요. 본문

FATE

[Fate] 「  」을 주세요.

메이포플러 2019.07.08 13:38

190708 로빈 후드 드림



* BGM

* 배경 현대. 연인설정. 드림주 이름 안 나옴.

* 장///석///남 시인의 낮///은 목//소//리 읽어주세요 그럼이만

* 침대에서 그저 노닥거릴 뿐



백에 한 번쯤. 혹은 천에 한 번쯤, 어쩌면 그보다 더 희박한 확률로, 감히 라는 단어로 수식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순간이 존재한다. 그녀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기분 좋은 바람이 피부를 쓰다듬는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이른 낮의 빛줄기가 비스듬히 새어 들어오고 베일을 닮은 커튼이 물결처럼 천천히 일렁인다. 베갯잇 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이 초원의 풀잎처럼 흔들리며 평온에게 손짓할 때, 눈꺼풀 안의 어둠 속에서도 익숙한 정경을 선하게 그릴 수 있다.

온갖 좋은 것들만 모아 빚은 듯한 부드러운 평화. 그 안에 그들이 웅크려있다.

햇빛의 온기에 고즈넉하게 젖어가는 이불 속에서 느린 발장구를 친다. 머리맡에 쏟아져 발끝까지 뻗어나가는 아침햇살은 새벽의 그늘이 미처 가시지 않은 몸을 감싼다. 가느다란 빛줄기가 얇은 커튼과 얇은 이불, 이윽고 얇아진 피부를 통과한다. 손끝이 천천히 따뜻해진다. 잠에서 깨어나지도, 눈꺼풀을 들지도 않은 채 차오르는 빛을 느낀다. 하얀 모래사장이 된 기분을 느끼는 날은 흔히 찾아오지 않는다.

발끝을 연신 사부작대다가, 세상이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은 비밀을 속삭이는 듯한 그 때에.

눈을 뜬다.

안녕.”

안녕.”

 

 

「  」을 주세요.

 

 

완벽이라 함은 지나치게 완벽한 나머지 특별하다는 감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그곳에 존재한다. 하늘엔 구름이, 땅에는 물이. 수증기가 올라가고 빗방울이 내려오는 자연현상처럼 자잘한 요소들이 빈틈없이 맞물려서 일련의 흐름을 이룬다. 완벽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구성하는 요인이 여럿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자연현상과 다를 바가 없기에 결과로써 완벽함이 완성되는 건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만 모든 요소들이 갖춰지는 경우가 얼마 없기에 희소할 뿐. 그렇기에 완벽함과 마주한 이들은 매혹되는 것이리라.

바로 지금처럼.

머리를 뉘인 곁자리에 그가 있다. 나란히 누운 이부자리 위를 새벽의 마차가 지나가고, 간혹 먼저 깨어난 그가 아직 눈 뜨지 못한 연인을 바라보고, 이윽고 부름에 답하듯이 연인마저 깨어나는 아침.

우연과 운명이 날실과 씨실이 되어 자아낸 완벽함 속에서, 그녀는 가장 먼저 자신의 연인을 눈에 담는다.

안녕.”

방금 했잖아요.”

. 그래도 안녕.”

세 번째 인사에 남자는 바람 섞인 웃음을 흘린다. 그녀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눈매를 바라보다가 이부자리를 더듬는다. 이불 밑 어딘가에 있을 남자의 손을 찾아 헤매는 손길은 아직 졸음을 한발 딛고 있어서인지 금방 목표를 달성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남자는 제 손을 그녀의 손앞으로 밀어준다. 그녀의 손아귀에 붙잡히지도 않고, 그녀의 손을 붙잡지도 않고, 서로의 피부가 맞닿기까지 아주 약간의 거리를 남겨놓은 곳으로.

그리하여 손끝과 손끝이 닿는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그리하고 말 것이라는 고집으로 이루어진 손끝의 스침이 이윽고 교차하며 서로의 체온을 합치고 다시 나눈다. 태양에서 흘러들어온 온기가 두 사람의 살갗 아래에서 뭉근하게 달아오른다. 손가락 두어 개로 얽힌 남자와 여자는 이 온기가 어디에서 온 따뜻함인지 도저히 구별할 수 없다.

그녀는 남자의 손을 제 입가로 가져다댄다. 침묵한 입맞춤은 경건하기보단 투박하고, 거칠기보단 조심스럽다. 굳은살이 밴 손가락에 비벼지는 입술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남자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남자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바라본다. 머리 하나만큼의 공간에는 공중을 유영하는 먼지가 별처럼, 혹은 반딧불처럼 떠다닌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내려앉은 햇빛의 조각을 보고, 이제는 자신의 손바닥에 뺨을 기대는 그녀를 본다. 그녀는 다만 눈을 감고 평온한 낯으로 그의 손에 고여 있다. 흔들리는 속눈썹을 내려다보는 남자의 등 뒤로 부드러운 충동이 밀어닥친다. 당장 그리 하라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봄바람처럼 뺨을 쓰다듬으며 누군가가 속삭이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건 고작해야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바람에 불과하며, 뺨을 쓰다듬는 이가 있다면 다름 아닌 눈앞의 연인일 거란 확신이 그에게 있다. 이 확신을 입에 담으면 그녀는 뭘 망설이냐며 웃을 것이다. 그러곤 정말로 그의 뺨을 감싸 쥐고 그의 속삭임이 되어, 그의 등을 끌어안을 것이라고. 그리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선택하기 전 매번 멈춰 선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확신을 앞지른다. 잘못된 판단이 뼈아픈 상실을 초래하는 삶을 너무 오래 살았다. 짊어져야 할 책임이 없는 선택을 해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는 속눈썹 끝과 별먼지가 떠다니는 공간을 바라보다가 그 사이를 메우듯이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걷어내고 눈썹에 입을 맞춘다. 목을 조금 움츠린 그녀는 뺨에 대고 있던 남자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곤 그의 팔뚝에 제 머리를 싣는다. 한 사람만큼 떨어져있던 거리가 반 사람만큼 가까워진다. 반 사람만큼의 거리. 고작 그만큼의 거리가 메워진 것에 불과하건만 충족감이 빈속을 채운다. 그러나 반 사람만큼의 거리이다. 그는 그녀의 허리에 다른 한 손을 올리고 시간을 재듯 톡톡 두드린다. 그녀의 허리를 안고 빈 공간을 더욱 좁힐지 고민한다. 눈앞의 연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일만큼 그에게 익숙한 그녀는 연인의 고민을 덜어주기로 한다. 몸을 꾸물꾸물 움직여 그에게로 거리를 좁힌다. 이마가 옷깃에 닿을 만큼. 허벅지가 맞닿고, 무릎이 교차하고, 발가락이 스칠 만큼 가까이.

그녀가 남자의 등에 손을 얹은 것을 신호로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둥근 어깨를 안고 그녀의 머리 위로 제 뺨을 기댄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쉰다. 이제야 제대로 기능한다는 느낌이 든다. 곧이어 시간이 아까운 사람마냥 그녀의 이마와 눈꺼풀 위로 가볍게 입 맞춘다. 품 안에서 그녀가 웃는다. 남자는 뺨과 입가에 연이어 입맞춤을 하고 나서야 웃는 낯을 들여다본다. 남자의 옷자락을 움켜잡은 그녀의 얼굴 위로 햇빛이 부서진다. 그는 팔 안의 존재의 온기를 실감한다. 햇빛을 뭉쳐놓으면 분명 이렇게 생겼으리라. 그렇담 이 순간은 무엇보다도 기적에 근접하다. 그가 목도한 가장 선연한 기적은 그녀가 남자에게 사랑을 속삭였을 때였으므로.

생각에 잠기려던 남자의 뺨에 타인의 체온이 닿는다. 그의 뺨을 감싸 쥔 그녀가 남자의 눈을 들여다본다.

무슨 생각해?”

……당신이 고백했을 때요.”

연약한 것을 접하다보면 저마저도 연약해지는 기분이 든다. 남자는 물러진 자신의 일부를 인지하며 순순히 대답한다.

맨날 하잖아.”

가장 처음에 했을 땐 맨날은 아니었죠.”

그 때에도 자주 했던 거 같은데.”

그 때엔 나랑 이러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잖아.”

남자는 여자의 눈썹에 다시금 입을 맞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남자는 눈꺼풀 위와 눈 밑에 입술을 붙인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져서야 그녀가 대답할 차례가 온다.

그 때에도 하고 싶었던 거 같아.”

지금은?”

지금은 더 하고 싶지.”

그녀는 제 허리 위에 놓인 남자의 손을 붙잡는다. 거친 손끝에 입술을 문지르고 인을 새기듯 지그시 누른다. 짧은 손톱을 살짝 깨물었다가 도드라진 뼈마디를 답삭 문다. 성애의 요소는 일절 없이 행해지는 담백한 장난에 남자는 기꺼이 제 손을 내어준다. 굳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다른 데에도 자리 비었는데요.”

그리 말하는 남자는 제 얼굴을 그녀에게 가까이 한다.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마른 입술에 입을 맞춘다. 목을 붙잡고 턱과 입술, 입가, 코끝에, 낄낄 웃는 뺨에, 기쁨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한 탓에 어중간하게 찡그려진 눈매에 차례로 입술을 붙인다.

몸을 뉘인 채 온갖 곳에 입 맞추는 것에 비하면 웃는 건 비할 데 없이 간단하다. 단지 눈만 마주치면 저절로 흘러나오니까.

새어나오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젖힌 그녀의 목에 남자가 입 맞춘다. 그녀는 그가 고개를 숙였을 때 놓칠 새라 그의 머리를 붙잡는다. 뺨과 이마에 입 맞추려는 찰나 눈이 마주쳐 두 사람은 멈칫한다. 그녀는 눈매를 가린 남자의 머리칼을 정돈해주고 눈꺼풀 위로 가볍게 입술을 갖다 댄다. 남자는 다시 베개에 머리를 뉘인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끝에 입을 맞추고, 그녀 역시 남자의 손에 입술을 묻는다. 두 사람의 이마가 가볍게 맞닿는다.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눈이 마주친다.

그녀가 속삭인다. ‘좋아해.’ 소리 없는 고백에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남자는 명백하게 알아들은 낯을 하면서 못 알아들었으니 다시 말해달라는 뉘앙스를 담아 그녀를 바라본다. 녹색의 눈동자가 물길처럼 깊어진다. 그녀는 남자의 지긋한 요구에 기꺼이 응한다. ‘좋아해.’ 고백에 웃음이 섞인다. 차마 숨길 수가 없다. ‘좋아해, 내 사랑. 오늘도 사랑해.’ 남자는 그녀의 귀에 입술을 묻는다. 실체를 얻은 충동의 속삭임은 도무지 버텨낼 수가 없다. 남자는 입술을 달싹이며 답한다. 그의 고백은 아주 조심스러워서, 둘밖에 없는 공간에서도 다른 이에겐 들리지 않게끔 그녀만 들을 수 있는 크기로 속삭인다. 그녀는 바람소리를 닮은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 ‘다시 말해줘.’ 그가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귓가에 속살거림에 키들거리던 그녀는 남자의 뺨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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